화성에서 다시 한 번 들어올린 해머, '레드팩션 게릴라'
게임이 발매된지도 꽤 지났고 앞서 리뷰를 써주신 분들이 워낙에 주옥 같은 글들을 써주셔서 뒤에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이 되긴 했지만, 제 기분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감히 글 남겨봅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성에서 다시 한 번 들어올린 해머, '레드팩션 게릴라'
화성을 무대로 한 슈팅 액션 '레드팩션'의 세 번째 게임이 오랜 시간을 지나 드디어 발매됐습니다. 전작인 '레드팩션 2'가 국내에서 정식 출시가 되지 못한 탓(그에 얽힌 이야기야 다들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해 그냥 지나가겠습니다)에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 낯설어 하고, 또 알고 있더라도 오랜 과거 속에서 그 기억을 끄집어 내야 할 만큼 '레드팩션'이라는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있어 잊혀져 있던 작품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레드팩션'의 신작 소식은 '세인츠로우 2'의 등장 소식과 함께 THQ코리아를 통해 발표됐고, 그와 함께 공개된 스크린샷과 동영상은 발매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09년 초여름, 한동안 잊혀졌던 프랜차이즈는 Xbox360과 PS3라는 콘솔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이 게임은 전작인 '레드팩션2'의 세계에서 50여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방위군이 화성의 안정을 위해 주둔했지만 오히려 자본과 결탁해 그들의 뒤를 봐주고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상황 설정은 SF영화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설정이다 보니 크게 거부감이나 어색함은 들지 않습니다.
자신을 화성으로 불러들인 동생과 재회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눈앞에서 지구방위군의 손에 잃게 되는 상황은 '에, 벌써?'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레드팩션으로의 활동 의지가 크지 않았던 주인공에게 '왜 싸워야 하나?'라는 목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의 진행은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잡고 있는 메인 미션과 다양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임무들을 통해 이뤄지는데,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메인 미션만으로는 지역을 클리어 할 수 없도록 한 점이 특징입니다. 각 지역마다 지구방위군의 영향력과 민간인의 호응도라는 개념이 있는데, 민간인의 호응도는 항상 최고로 유지하면서 지구방위군의 영향력을 낮춰, 그 지역에서 지구방위군을 몰아내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지역의 최종 미션은 지구방위군의 영향력을 0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플레이 할 수 없도록 해 '시나리오만 맛보고 타이틀 값 떨어지기 전에 팔아 치우는' 식의 플레이를 게임만의 방식으로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었습니다.
'레드팩션'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파괴'입니다. 전작인 '레드팩션 2'의 '파괴'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고 불리울 정도였지만, '레드팩션 게릴라'에서의 '파괴'는 이전보다 한 단계,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된 지오-모드 2.0 엔진으로 인해 전작과의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지오-모드 2.0'은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건물과 구조물을 게이머가 직접 파괴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묵직한 스윙과 함께 해머를 휘둘러 건물을 부술 때의 느낌은 기존의 게임들에서 쉽게 맛볼 수 없던 쾌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해머 외에도 접착식 폭탄이나 로켓 런처를 이용해 건물을 파괴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폭발을 피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화면 잘 나오는 곳에서 사진부터 찍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드팩션 게릴라'의 파괴 및 폭발 표현은 뛰어납니다.
물론 생각 외로 벽이 잘 무너져 "이거 부실공사 아냐?"라는 농담 섞인 생각도 들긴 했지만, 어느 방향에서 어떤 강도로, 무슨 충격을 줬는지에 따라 그 파괴의 모습이 하나하나 다른 점은 개발사인 볼리텍이 지오-모드 2.0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레드팩션 게릴라'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재미 외에도 전작에서 즐길 수 없던 샌드박스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즐거움도 함께 선사하고 있습니다. 전작인 '레드팩션 2'는 전형적인 일방통행 스타일의 어드벤처 게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고 뭐고 무조건 시나리오를 클리어해야 했던 것에 비해, '레드팩션 게릴라'는 게임의 장점들을 화성의 넓은 맵 위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게임의 장점들을 게이머들이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레드팩션 게릴라'는 다른 샌드박스형 게임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게이머가 게임 세계에서 사고는 칠지언정 망나니가 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알렉 메이슨은 직업이 폭발 전문가이고 우연찮게 레드팩션의 요원이 됐을 뿐 총알이 알아서 몸을 비껴가는 영웅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게임 역시 그에 어울리는 전투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임무에서는 가능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용히 잠입해서 임무를 처리하는 게릴라전이 필수입니다. 이 사실을 잊고 몰려드는 적들 앞에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는 모래 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히는 알렉의 모습과 로딩 화면을 한 번 더 보게 될 뿐입니다.
결국 클리어를 위해서는 플레이하려는 임무에 어떤 무기를 가져가야 하는지를 시작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어떤 퇴로로 퇴각할지까지 고려해야 하며, 이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번 더 머리를 써 고민하도록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점이나 특징 위주로 설명하긴 했습니다만, 이 게임이라고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한글화의 문제는 '레드팩션 게릴라'를 재미있게 즐긴 한 사람으로써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게임이 적어도 자막 한글화만 됐더라면 미션을 확인하거나 게임 내 핸드북을 읽기 위해 영어사전을 찾는 등의 수고를 덜고 더욱 게임에 몰두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플레이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게임 오버 등의 상황을 통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장면 중 하나인 로딩 화면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인내도 필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지겨운 로딩화면이 덜 지겨워지지는 않더라'는 씁쓸한 결론만을 던져줍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레드팩션 게릴라'의 소감을 나름 고민해가며 열심히 적어봤습니다. 멀티플레이 모드의 경우 제가 그리 많이 겪어보지 못한 탓에 쉽게 언급하기 어려워 이번 글에서는 제외했는데, 나중에 다시 즐길 기회가 생기면 그 때 다시 적도록 하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볼리텍이 공들인 지오-모드 2.0의 결과물인 '레드팩션 게릴라'를 즐기는 동안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으며,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긴 조금 많이 늦은 이야기지만 혹시라도 아직 즐겨보지 못하신 분들 중 샌드박스형 게임이나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 즐겨보셔도 후회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